애 엄마 된 친구에게 꼭 ‘이것’ 사줘야 하는 이유

애 엄마 된 친구에게 꼭 ‘이것’ 사줘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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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8개월 된 아가 키우는 고등학교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어요.

지금 저희는 32살이고, 전 이번 가을에 결혼날짜 잡아서 준비중에 있고

친구는 3년 전에 결혼했어요.

대학을 서로 다른 지방으로 가서 한동안 못 만나고 살았지만, 때 되면 연락은 늘 하고 지냈고

둘 다 직장을 서울로 잡으면서 한 달에 한번은 보는..

떨어져 있어도 멀어지지 않는 친구사이였어요.

친구는 조기유학준비 학원 강사였고, 저는 영양사로 일하면서 벌이도 비슷해서

누구하나 뒤처진다거나 자격지심 혹은 우월감 가질 일도 없는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친구입니다.

친구의 결혼생활이 특별히 불행해 보이는 건 없었어요.

친구 신랑도 몇 번 밥, 술도 같이 먹었는데 아주 모범적이진 않아도

모난데 없이 수더분한 사람이구요.

가끔 다퉜다고 저한테 털어놓는 것도 심각한거 없이 그냥 보통의 사랑싸움 이었구요.

근데 아이 낳고 나서 친구가 정신이 많이 없는지 연락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저도 혹시 전화했다가 자는 아기 깨면 어쩌나,

아니 그보다도 친구 쉬는데 못 쉬거나 안 그래도 바쁜데

더 정신없게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연락 자제 했구요.

가끔 친구 인스타에 글 올라오는거 보면서

아, 지금은 좀 한가한가 보다 하고 톡 보내고 그랬거든요.

친구도 제가 그러는 거 말 안해도 알아서 늘 고마워하고

저 결혼준비 하는데 고민도 많을 텐데 들어줄 여유가 안돼서 미안하다고 하는 아주 착한 친구에요.

작년 연말 즈음? 아이 돌잔치 하는 데에 초대 해줘서 갔어요.

정말 간소하게 했더라구요. 출장뷔페 20인분 불러서

딱 양가 직계식구들이랑 진짜 친한 친구들 정도만.

진짜 오랜만에 친구 얼굴 보는 건데.. 인스타에도 자기 사진은 잘 안올려서 정말 오랜만에 봤더니

친구가 피골이 상접해있었어요 진짜로; 아이를 안고 있는데

어깨뼈가 긴소매 옷인데도 돌출돼 보일정도..

제 눈에는 돌아기 예쁘게 꾸민 거 보다, 돌잡이 뭐 하는지 보다 마른 친구 모습이 더 들어왔어요.

그 작은 규모에도 아이 인사시키고 케어하느라 물 한잔 마실 시간 없어 보이길래

제가 쫓아다니면서 입에 음료 넣어주고, 꿀떡이라도 집어 넣어주고 그랬어요.

친구가 친정엄마가 몇해전에 이혼하시고 해외에 살고 계시거든요.. 안오셨더라구요.

친구가 아이 돌잔치 치르고 일주일 후에 다니던 학원으로 복직을 했어요.

신랑 외벌이로 못 먹고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풍족하지도 않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출근을 해야 하는데.. 살이 너무 빠져서 맞는 옷이 없다더라구요.

발에도 살이 빠져서 구두도 헐렁해질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새 옷을 대량 살려니.. 원래 있는 옷들이 아깝고, 원래 옷들 사이즈를 줄이려니

사회 생활하면서 다시 살찌면 어쩌나 싶어서 이래저래 고민하는거 같더라구요.

저는 좀 통통한 편이라 친구한테 제 옷을 빌려줘도 안 맞을거였고

맘 같아선 몇벌 사주고 싶었지만, 저도 결혼 준비하느라 경제상황이 넉넉지는 않았어요.

출근 전날 톡이 왔더라구요, 시누이가 모태마름인데, 안 입는 옷 몇 벌 얻어 왔다구요.

그렇게 사회생활 하다 보니 몸무게가 오히려 5키로가 6개월 동안 천천히 찌더래요.

살이 좀 찌니 아이 안아주는것도 전보다 덜 힘들다며, 역시 나가서 돈버는게 체질이라 하더라구요.

아이 낳고는 3개월에 한번? 보는 정도로 횟수는 많이 줄었고, 지난 주말에 친구 집에 가게 됐어요.

돌잔치때 부주하면서 예쁜 딸아이 원피스도 하나 같이 선물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만날 일이 너무 드물고.. 저도 일에, 결혼준비에 치여서

선물이나 도움 같은 거 잘 못줬어요.

그래서 이번에 친구 집 가면서 아기들 먹는 유기농 과자 같은 거랑, 그림책 몇권 사서 가고 있었죠.

친구네 집 근처 역에 내려서 나오니까 바로 드럭스토어가 하나 큰 게 있더라구요.

마침 저도 살게 있어서 들어갔는데 그 프랑스산 유리아땡 립글로즈 있죠?

그걸 보니까 옛 생각이 나더라구요.

사실 고등학생들 쓰기에 유리아쥬 립글로즈는 좀 많이 비싸잖아요.

일하는 지금에야 다른 것 보다 비싸다 뿐이지 지장 있을 만큼 비싼 건 아닌데

같이 고등학생일 때 친구 아버지가 출장 다녀오시면서

유리아땡 립글로즈를 짜서 쓰는 걸 사다주셨는데

친한 친구 주라고 제 것까지 사다 주셨었거든요.

그때 친구가 정말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밑바닥까지 짜서 알뜰하게 썼었어요 그 립글로즈ㅎㅎ 일종에 추억이죠.

그 생각이 나서 그 브랜드거 스틱 립글로즈 하나랑

다른 브랜드 향기 좋은 핸드크림을 하나 샀어요.

친구 집에 가서 같이 차 마시고 아이랑 놀아주고 사는 얘기하면서 오랜만에 너무 즐거웠어요.

그 집 신랑은 주말에도 가끔 출근하는 사람이라 집에 없었구요.

그러다 친구한테 아이 과자, 그림책 선물 하고 립글로즈랑 핸드크림 주면서

옛날 생각나서 샀다고 했죠.

근데 친구가 갑자기 표정이 엄청 어두워지더니, 아무말도 안하고 립글로즈만 뚫어져라 보더니

갑자기 정말 온몸을 떨면서 울더라구요. 전 처음에 제가 뭐 잘못했나 싶어서 안절부절 못했는데

친구가 울다가 제 손을 꼭 부여잡고 자기 이마에 대고선 한참을 숨죽여 울었어요.

아기가 자고 있었거든요.

진짜 그대로 한 10분은 넘게 울더니 그제서야 떨리는 목소리로 헐떡이며 하는 말이

“자기걸” 가져 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안 난대요…

집에 립글로즈가 떨어져서 사야겠다 그러면

신랑이 아기 화장품에 세트로 딸려 오는 애들용 립글로즈

(아토팜?함? 브랜드는 잘 모르겠는데 무튼) 그거 찾아주면서 이거 쓰면 되겠다고 하고

내 옷 한 벌 사 입는 것도 이거 한 벌이면

우리 아이 이유식 반찬이 달라지는데란 생각에 맘대로 못사고

친정 엄마가 안계시니 식재료 같은걸 시댁에서 챙겨주시면 받아오는데

친구가 아이 생기기 전에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매콤하게 바싹 구운 불고기를 엄청 좋아해서

시어머니가 자주 챙겨주셨는데 아이 뱃속에 들어서자마자 매운건 안된다면서

자기가 오면 정성스레 차려주시긴 하나.. 다 아이를 위한 것..

밍밍하고, 자극 없고.. 집에 갈 때 챙겨주시는 식재료들도, 요리들도 다들 그런 종류들..

자기는 아이를 낳고, 돌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고 하더라구요.

신랑이 집에 마침 있으니 립글로즈 찾아준 것도, 아이 생각해서 어머님이 요리를 바꾸신 것도

다 이해가는 행동이고 서운해 하는 자신이 철없는 것 같아서 애써 마음 다잡았는데

어느새 돌아보니 자기건 하나도 없더라는 거에요.. 옷도 안사본지 한참 된 거 같고

저번 주에는 집에 오는데 발바닥이 시원해서 보니까 구두 밑창이 떴더래요..그래서 신랑한테 구두 밑창이 낡아서 떴다고 했더니 위해준다고 구두 직접 가져가서 고쳐 왔대요…

근데 위에는 낡디 낡았고 밑창만 새거 인 구두를 보니까.. 뭔가 참.. 기분이 이상하더래요.

사실 신랑도 딱히 물건에 욕심내는 사람은 아니라서,

신랑도 옷이야 깨끗하고 단정하기만 하면 된다고

옷 욕심 내는 사람도 아니고, 음식도 차려주는 대로 그냥 잘 먹고,

차도 시아버님 쓰시던 거 받아서 쓰고..

생각해보면 신랑도 특별히 자기 거 라는 게 없다고 속상해하거나

서러워하는 소리 한번 안했기 때문에

자기가 이런 감정 느끼는 게 아이한테 하나라도 더 해줘야 하는 마당에 욕심내는 나쁜 엄마 같아서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다가도 분노가 일고 막.. 마음이 불안정했다고 하네요.

근데 제가 립글로즈랑 핸드크림을 사다 주니까.

그리고 제가 그거 줄 때 “이건 애기꺼, 그리고 이건 네꺼” 하면서 줬거든요.

이건 네꺼 라는 말에 이미 막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했다고.

립글로즈 보면서 눈물이 왈칵 났대요.

그 말에 저도 그 친구 집을 눈으로 돌아보는데… 다 아이를 위한 것 들 뿐이더라구요.

냉장고 안에도 자기를 위한 간식 하나 챙겨 놔 본게 언젠지 기억이 안나고

온통 아기 버터, 아기 치즈, 아기 과자..

술은 약해도 맥주 한캔씩 하는 거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술 마셔본지도 너무 오래됐고

옷장에는 다 결혼 전에 산 옷들.. 시누이가 준 것들…

심지어 핸드폰 플레이리스트도 다 아기들 좋아하는 노래들..

거기다 긴 생머리가 참 잘 어울리던 친구였는데.. 아기 때문에 기르지도 못하고..

딱 묶이는 길이의 단발..

겨우겨우 친구 달래고, 조만간에 우리 꼭 쇼핑하러 가자고.

쇼핑이 안되면 너 좋아하는 전시회라도 보러 가자고.

그렇게 약속하고 나왔어요.. 심지어 눈물 그치는 것도..

신랑 올 시간 다 되어 가니 억지로 참더라구요..

정말… 마음이 아파서 저도 친구 앞에서는 못 울고 집에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처량 맞게 울었어요.

제 운 얼굴에 예비신랑이 무슨 일이냐 물어서 말해줬더니

본인이 잘 모르는 부분에서 오는 타인의 고통이라서인지

혹여 함부로 위로하는 것조차 모르고 하는 소리 혹은 남이니까 쉽게 하는 얘기가 될까 겁난다며

말을 아끼더라구요… 그 모습에 제 친구가 더 짠하게 느껴졌어요.

어쩌면 친구 신랑도 이런 생각으로 함부로 행동하거나, 말하거나,

위로하는 것 조차 못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그냥 결혼하고 아이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행복해 보였던 친구가

저렇게 가슴 깊이 서러워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이렇게 글을 끄적여봐요.

이 세상에 모든 아기엄마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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